열린우리 “파병 시간 끌수 없다” 현실적 선택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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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4일 신기남 의장(왼쪽)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상임중앙위원회의를 갖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이라크 파병 원칙을 확인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은 14일 신기남 의장(왼쪽)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상임중앙위원회의를 갖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이라크 파병 원칙을 확인했다.-김경제기자
14일 저녁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당-정-청 고위 안보협의회에는 참석 대상인 당 지도부 외에도 그동안 파병안 재검토를 주장해온 이미경(李美卿) 유승희(兪承希) 윤호중(尹昊重) 김동철(金東喆) 최재천(崔載千) 의원까지 대거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17일로 예정된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안 최종 확정을 앞두고 정부측이 당 지도부와 파병에 부정적인 의원까지 불러 파병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동의를 구한 ‘마지막 의견 조율’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 등은 여론 수렴이 부족하고 전투병 파병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정부측의 설득 논리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부측은 “하루 이틀 당론을 모을 시간은 더 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양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는 하겠지만 파병 번복은 안 된다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특히 이날 신기남(辛基南) 당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와 전 주제네바대사였던 정의용(鄭義溶) 의원 등은 정부의 파병 불가피론을 적극 떠받쳤다.

여권이 이라크 추가 파병을 지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낸 것은 “더 이상 문제를 오래 끌 수도 없고 오래 끌어봐야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파병 의지도 요지부동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다만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개혁성이 강한 초선 의원들을 다독이고 진보적 정당 이미지와 집권 여당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최소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두 차례 정책 의총을 열고 이날 회의에 파병 반대론자까지 초청한 것은 이 같은 모양 갖추기의 일환인 셈이었다.

파병 문제의 성격상 설득을 통해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는 인식을 당 지도부는 이미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의원 개개인의 소신을 존중하면서 대세를 모아 파병 지지 당론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시민단체와 함께 파병 반대 운동을 해 왔던 의원들은 그렇게 가더라도 당론은 바뀔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론자들이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의 ‘봉합’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17일 의원총회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와 내홍이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은 “파병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여전히 파병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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