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수도권 재정비 계획 年內 확정"

  • 입력 2004년 6월 12일 01시 1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언론사 경제부장 29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대기업이 “투자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며 요구해 온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개정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 부진은 일차적으로 회계 및 경영의 불투명성 때문인 만큼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이 제도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경기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수도권이 국제적인 금융 및 첨단산업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재정비 계획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추진하는 수도권 공장증설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또 ‘작은 정부’보다 ‘효율적인 정부’를 강조한 뒤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고생하던 우편집배원의 노고를 회고하고 공공서비스 향상을 위한 인력 확충 의지를 밝혔다.

만찬에 참석한 경제부장들은 “정부의 경기 감각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투 지휘관은 아무리 불리해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서민경제가 어려워 위기감이 있는 것은 알지만, 비상정책 수단을 쓸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분배 중심주의자라는 언론의 평가에 대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경제활력의 중요성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고,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는 적극적 분배정책을 폈던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여권의 5개 개혁과제가 ‘삼성 언론 사법부 서울대 강남’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운을 떼자 노 대통령은 “그런 일은 생각한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이런 ‘다섯 힘’이 똘똘 뭉치면 개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정은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런 설정은 의미가 없다”고 화제를 돌렸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당정간 불협화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는) 일사불란함을 참 싫어한다. 제발 대한민국이 일사불란하지 않게 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기가 나쁘다고 탄핵을 추진한 한나라당이 경기를 죽일 수 있는 이런 규제(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만들자는 것이냐”며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설명이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은 군사독재 시절 기업인들을 무릎 꿇리던 시대에도 끈질기게 살아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당초 예정됐던 김영주(金榮柱)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경기상황 브리핑을 생략하게 한 뒤 질의응답 형식의 ‘토론회’를 2시간 넘게 가졌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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