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종친회 내분 "대통령 딸 웨딩드레스 때문에..."

  • 입력 2004년 6월 11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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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중앙종친회'가 지난해 2월 결혼한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웨딩드레스 사건'등을 이유로 회원끼리 법정 소송을 벌이는등 내홍을 겪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해 약 1년간 이 종친회의 회장권한대행을 맡기도 했었다.

‘노씨문중 어르신’들이 웨딩드레스 한 벌 때문에 벌이고 있는 소송의 시작은 2002년 12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종친회 ‘민원 창구 단일화’

이 날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 날.

결혼식에 참석했던 노씨 종친회장 A씨와 노씨종보(盧氏宗報) 주간 B씨, 그리고 종보 상임부사장인 C변호사 등 3명은 식이 끝난 뒤 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B씨는 “앞으로 청와대에 민원을 낼 때 종친회쪽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얘기가 주로 논의됐다”며 “종친회 조직국장인 D씨와 내가 그 일을 맡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C변호사는 이 '민원 창구'에 대해 "종친회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민원을 갖고 청와대를 찾는 일을 막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종친회의 ‘민원’이 발생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여 뒤. 노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결혼식을 앞두고였다.

종친회장인 A씨가 “정연씨가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

A회장의 딸은 강남에서 웨딩드레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A회장측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A회장 직전에 회장직을 맡은 인연도 있고 해서 ‘드레스 한 벌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는 대통령 취임 전이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웨딩드레스, 내가 해드리겠다.”

하지만 청와대 창구역할을 맡은 B씨는 이 청탁을 거절했다.

A회장과 B씨는 독립채산제인 종보의 운영을 두고 평소 의견 대립을 빚어온 사이였다.

B씨는 “C변호사와 상의해보니 ‘쓸데없는 오해를 살수 있으니 전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해 회장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A회장은 또다른 창구인 D씨(종친회 조직국장)에게 같은 요청을 했다.

D씨는 "노정연씨에게 직접 전화, 가족들과 상의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한시간후 '오빠 결혼식 때 이용했던 웨딩샵을 이용하기로 했다’며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의 주장은 다르다. 청와대에서 일단 ‘제공 받겠다’고 답변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쯤 지난 결혼식 2~3일 전에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종친회 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청년회의 항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찌됐건, 대통령은 A회장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청와대 ‘웨딩드레스’ 민원은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법정에서 만난 종친들

하지만 지난해 4월, B씨가 종보에서 A회장의 행동을 '추태'라고 지적하자 노씨종친회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B씨는 A회장을 향해 “(정권을 향한 A회장의) 해바라기성 자질이 문제”라는 기사제목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B씨는 "종친회 청년회 임원들이 '웨딩드레스를 상납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해 이를 밝히기 위해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자 A회장은 40년째 종보를 만들어온 B씨를 면직시켰고 지난해 7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웨딩드레스' 문제로 법정에서 만나게 된 종친회의 분란은 종보 운영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B씨가 다시 회장측 소송대리인인 종친회 총무국장을 위증 혐의로 맞고소했기 때문이다.

B씨는 "종보가 흑자 운영을 했는 데도 (총무국장은) 적자라고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두 건의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소송에 따른 잡음이 불거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종친회 회원들에게 ‘청와대 금족령’을 내렸다.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노 대통령이 종친회의 소송 얘기를 전해 들은 뒤 ‘종친회의 분란이 가라앉기 전에는 종친회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씨중앙종친회’는 9개 노씨 본관이 합쳐져 구성됐으며 전국에 약 22만명의 노씨가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종친회의 전 간부는 “종친회 내부에 여러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법정 소송까지 벌이면서 내분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은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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