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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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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우원중(周文重) 외교부 미국담당 부국장이 8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미국은 곧바로 반박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북한 HEU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결정적인 정보(conclusive information)를 여러 차례 분명히 제시했는데 그런 말을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의 승부수?=중국이 HEU 문제를 꺼낸 것은 6월 말로 예정된 3차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승부수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중국 정부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는 북한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고집하는 미국이 3차 회담에서도 원칙만 강조한다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HEU를 포함한 핵 프로그램 폐기를 고집하지만, 북한은 HEU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중국이 HEU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도 이런 정체 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3차 6자회담에서 HEU 문제를 잠시 덮어두라는 의사를 중국이 미국에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HEU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새삼 문제 삼은 것은 북한 핵위기가 발생한 지 20개월이 넘도록 HEU의 결정적 증거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미국의 ‘속사정’을 활용하려는 전술적인 접근일 수도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중국은 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한 3자회담(2003년 4월)과 1차 6자회담(2003년 8월)을 주도한 뒤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는 작업에 대한 고충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핵동결 원칙’ 정도의 1차적인 합의를 끌어내 어느 정도 체면을 차린 뒤 다른 참가국에 공을 넘기고 싶어 한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이와 함께 3차 6자회담에서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미 행정부 내 강경파에 공을 넘겨줄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차 6자회담이 끝난 뒤인 7월 하순에는 미국 민주당, 8월 하순에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가 열리면서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므로 그 전에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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