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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4일 2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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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남측이 제기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들을 단순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더욱 분명히 하는 수단으로 오해하지 않고, 양측 해군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대책으로 받아들였다.
남측도 북측이 제기한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 요구에 대해 북측의 실천 의지를 의심하지 않고 신뢰구축 차원에서 합의했다.
▽서해 교전 사라지나=우발적 충돌 방지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북 군함들이 불필요한 상호대치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유사시 국제상선공통망(156.8Mhz, 156.6Mhz)으로 교신토록 한 점이다.
그동안 남북 군함들은 상호 불신과 심리전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도 민간 상선들이 흔히 사용하는 국제상선공통망을 전혀 쓰지 않았다. 1999년 서해교전 당시 북한 군함에 대한 남측의 밀어내기 작전에 북측이 갑자기 화력 공격을 가한 것도 당시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한 양측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과 무관치 않다.
한편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벌여 온 중국 어선들에 대해 남북 군사당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중국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전망이다.
아직 남북 군함들이 중국 불법조업선박에 대해 ‘해상 공동 작전’을 수행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남북의 정보 교류는 광의의 공동 작전에 버금가는 군사협력 수준에 해당한다.
▽휴전선 일대 심리전 종결=남측이 양보한 MDL 인근의 선전활동 중단 및 선전활동도구 제거는 수십년간 계속된 휴전선 일대의 남북 심리전을 종결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남북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대방을 직접 비방하는 내용의 확성기 방송은 중단했다. 하지만 서로의 체제를 선전하는 방송과 전광판, 입간판, 전단 살포는 끊이지 않았다.
남측은 수백개의 대형 전광판과 확성기를 통해 사실 위주의 남측 뉴스와 신세대 음악, 그리고 북측 날씨 정보 등을 내보냈는데 이는 북측 장병들을 크게 동요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선전활동수단들을 각자 모두 철거한 뒤 그 결과를 상대방에게 통보하고 필요할 경우 상호 검증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북측이 설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찬양홍보물과 관련해 남측 당국자는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제거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 관한 것도 포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의 입장에선 김 위원장 찬양물이 대남 선전역할과 함께 북측 장병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설치물이기도 하다.
10일 남북장성급회담 실무대표 접촉에선 이 같은 문제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NLL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번 회담이 진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NLL 문제를 직접 뛰어넘지 않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NLL을 사실상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생각하는 남측과 NLL을 없애고 새로운 해상 군사분계선을 만들자는 북측간의 이견은 준장급 수석대표로 해결하기엔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분석이다.
문성묵 남측 대표단 대변인(육군 대령)은 “회담 이후에도 NLL을 넘어오는 북측 민간 선박과 군함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회담의 합의 실천을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개성에서 갖기로 약속, 장성급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NLL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철거대상은…전광판-확성기-입간판 모두 해당▼
남북이 8월 15일까지 없애기로 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남북 선전활동 수단들은 어떤 것들일까. 남북한은 이번에 선전활동 수단을 ‘상대방을 목표로, 상대방을 향해 설치된 도구’로 규정했다. 대형 전광판, 입간판, 확성기, 전단 살포기구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제 전방의 북측 장병들이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를 남측 전광판을 통해 먼저 알게 되는 등의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민간 종교단체들이 전방에 설치해준 성탄 트리나 불탑 등은 1차적으로 남측 장병들을 위한 것이므로 철거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속초=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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