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150억 받은적 없습니다”…DJ와 눈물의 병상재회

  • 입력 2004년 6월 2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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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처지가 돼서 대통령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대북송금사건과 관련해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중인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대면한 순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악화된 녹내장 치료를 위해 구속집행이 일시 정지된 박 전 실장이 김 전 대통령과 재회한 것은 지난해 6월 18일 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박 전 실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고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이 전했다.

박 전 실장은 “하나님과 대통령님께 맹세코 150억원 CD 수수는 사실이 아닙니다. 끝까지 결백을 밝혀내겠습니다”며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모함과 고초를 당하는 것을 억울해 하지 말고 몸 관리 잘 하면서 잘 이겨내라”며 “나도 박 실장의 고초를 생각하면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1980년 옥중생활 경험을 들려주며 “불행에도 찾아오는 희망의 끈은 있으니 놓치지 말고 잘 견뎌내라”고 당부한 뒤 “지금의 고초가 훗날 동정과 평가가 될 날이 있다.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니 기도를 많이 하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의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잘 이겨내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안과 주치의로부터 “녹내장으로 위험한 고비를 수차례 넘겼고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는 설명을 듣고 심장 주치의에게도 꼼꼼하게 병세를 물었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박 전 실장은 대북송금 관련자 중 유일하게 석가탄신일 사면에서 제외됐다. 금명간 치료 목적의 구속집행 정지가 만료돼 구치소에 재수감될 예정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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