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大 커티스 교수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몰라”

  • 입력 2004년 6월 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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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컬럼비아대 제럴드 커티스 교수(정치학)와 휴 패트릭 교수(경제학)는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정치 안보 경제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다. 커티스 교수는 이날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추진 등과 관련된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현 정권 내에 북한전문가는 있지만 미국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경제 전문가인 패트릭 교수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개혁’의 모호성과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커티스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현재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객원교수로 일본에 머물고 있으며 패트릭 교수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일본경제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 국민이 불안해하는 점은 잘 알지만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흔들릴 수 없는 확고한 방침임을 강조했다.

그는 “반면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내 미국의 중심지역으로 위상이 계속 높아질 것이고 주일미군의 위상도 마찬가지”라며 “이는 9·11테러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정책의 큰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커티스 교수는 또 “한미동맹의 기본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3만7000명의 주한미군 중 3분의 1 정도를 줄이는 것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어떤 신호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지연과 관련해 그는 “미국 정부와 국민은 화를 내고 있으며, 우리(미국)를 돕지 않는 동맹국들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커티스 교수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 대부분이 반미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미국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한국 정권 내에 북한전문가는 있으나 미국전문가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박정희(朴正熙) 정부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외교를 담당하고 있어 미국으로선 불안하다”며 “특히 반미 성향으로 비치는 정권 내 일부 젊은 사람들은, 사실이 그러하지 않다면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미국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는데도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1월 미 대선과 관련해 “외국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대선 제도상 남부와 중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누가 되든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 등 대외정책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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