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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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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을 타는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망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걸려들면서 여권 내부에서 어렵사리 이룩한 원내 과반의석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신기남(辛基南) 의장이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철저히 당에서 배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어 당 차원의 구제활동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위태로운 과반수=1일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된 17대 여야 국회의원은 총 84명. 이 중 절반 가량이 열린우리당 의원인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알려지고 있다. 또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의원 12명중 절반이 6명이 열린우리당 소속이다.
오시덕(吳施德·충남 공주-연기) 의원은 개원 전 이미 구속됐고, 강성종(康聖鐘·경기 의정부을) 의원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김기석(金基錫·경기 부천원미갑) 김맹곤(金孟坤·경남 김해갑) 복기왕(卜箕旺·충남 아산) 이상락(李相樂·경기 성남중원) 의원 등은 불구속기소됐다. 이 밖에 배우자와 선거사무장 등 당선 무효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자가 입건된 12건 중에도 열린우리당 의원 관계자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자민련 류근찬(柳根粲·충남 보령-서천) 의원이 금품제공이 아닌 지역구 방범대원 방문 및 편지발송 등의 혐의만으로도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것에 비추어 엄한 형량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당내에 팽배해있다.
이와함께 김원기(金元基)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취임할 경우 관례상 당적을 이탈하게 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회의 표결에 불참해 열린우리당의 실질의석수는 또 하나 줄어들게 된다.
이에따른 과반수 미달이 가시화될 경우 여권이 17대 국회 초반부터 밀어붙이려 했던 각종 법안의 제·개정이 불투명해질 것을 여권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 △현 정기간행물등록법을 대체할 '신문법'(가칭) 제정안 △지방자치단체의 세율조정권을 약화시킬 목적의 지방세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된다.
▽합당 또는 영입시도와 야당의 경계=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이 최근 들어 "아직 열린우리당은 (실질적인)과반이 아니다. 내년 재·보선에서 독자 과반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당내일각에서는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재보선을 대비해 경쟁력있는 후보들을 물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탄핵풍'의 위력이 총선 때만 못한 데다 국회의원 재보선 가능성이 있는 대상지역들이 주로 열린우리당의 우세를 장담키 어려운 수도권과 영남 등지에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재보선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여권 내부의 우려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정치특보가 전날 평화방송에서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보다 큰 틀의 대책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통합? 언젠가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6·5 지방 재보선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국지적 승리를 거둬 재기의 버팀목을 만든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나름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따라서 '통합' 시도가 벽에 부딪히게 될 경우 연말 또는 내년 초쯤 민주당 일부 의원에 대한 정권 차원의 영입시도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민주대연합론에 이은 문 특보의 민주당 통합론에 대해 '민주당을 흡수 통합해 지역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정략적 발상'(장전형·張全亨 대변인)라고 맹공을 퍼부은 것도 향후 본격화될 여권의 영입공세에 미리 쐐기를 박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여권이 이제는 거대여당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인위적 정계개편의 시작을 보는 듯하다"고 경계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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