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과 高총리 ‘몽돌과 받침대’ 1년4개월만에 결별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38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월 18일 TV 토론에 나와 “총리는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나무받침대 같아야 서로 짝이 잘 맞지 않겠느냐”며 자신과 총리의 관계를 ‘몽돌’과 ‘받침대’에 비유했다.

오랜 공직 경험을 갖춘 ‘행정의 달인’인 고건 총리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이미 대선 와중이던 2002년 11월 고 총리에게 ‘책임총리’를 제안한 적이 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을 내놓은 뒤 수도권에서 반대 여론이 일자 서울시장을 지낸 고 총리의 지지를 이끌어내 이를 뛰어넘으려는 생각에서였다.

고 총리는 당시 이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두 사람은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이 1998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으로 이사 간 뒤 동네 목욕탕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때부터 고 총리를 소탈하고 청렴한 공직자로 기억하고 있던 노 대통령은 결국 당선 후 삼고초려 끝에 고 총리를 끌어들였다.

고 총리는 그동안 요식 절차에 그쳤던 장관 제청권 행사를 반드시 서면 제청했고 장관 인선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해 몇몇 장관은 고 총리의 천거로 입각하기도 했다.

여덟 살 위인 고 총리는 재임 중 노 대통령을 예우했고, 두 사람 사이에 껄끄러운 소리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복귀한 대통령과 떠나는 총리는 결국 ‘장관 제청권 행사’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서먹하게 결별했다.

43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접은 고 총리는 총리 2번, 장관 3번, 서울시장 2번을 지냈으며 매달 연금 500만원(순수 근무기간 27년11개월)을 받게 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