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졸업했으니 산-바다 가고싶다"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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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고건 국무총리는 총리로서 마지막으로 참석했다.

고 총리가 회의 서두에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불러주셔서 참여정부 첫 총리로서 국무위원 여러분과 함께 국정과제 추진에 온 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을 커다란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퇴임 소감을 밝히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이어 고 총리는 “첫 번째 총리의 임기는 17대 총선을 관리하고 새 국회가 구성되기 직전 시점이 마칠 시기라고 생각해왔다”면서 “이런 뜻을 노 대통령이 가납(嘉納)해주셔서 짐을 벗게 됐다. 나는 물러간다. 크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고, 고 총리는 노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5분여 만에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노 대통령과 고 총리는 이날 아침 청와대 관저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시간은 35분 정도로 짧았다. 고 총리는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전 고 총리는 국무위원 및 청와대 참모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인사를 했다. 특히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은 고 총리에게 “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그만 둡니까”라고 농담을 걸었고, 고 총리는 웃으면서 “법무장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라고 받아넘겼다.

청와대를 나온 고 총리는 총리 기자실에 들러 “재수(再修) 총리를 졸업했으니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싶다”고 소회를 거듭 밝혔다.

그는 “마치 제가 제청권 행사를 고사하기 위해 배수진으로 사표를 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5월 마지막 주에 사표를 내기로 돼 있었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 인선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 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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