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내모를 '高心'… 깊어가는 청와대 '苦心'

  • 입력 2004년 5월 23일 17시 06분


고건(高建) 총리가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차기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여부에 명백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떠날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때문인 듯 하다.

주변에선 "내각을 책임지고 이끌 차기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헌법상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취지에 맞는 게 아니냐"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고 총리의 고민은 당장 제청권을 행사할까 말까라는 게 아니라 노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제청권 행사 불가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는 듯 하다.

고 총리가 제청권 행사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떠날 총리가 차기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하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

또 탄핵사태가 마무리되고 집권 2기 출발선상에서 자신이 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대통령에게도 결코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여기다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을 얻어내는데 있어서도 악재라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새 총리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듯 하다.

고 총리는 최근 주변에 자신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당시인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방침에 반대해 수석직 사표를 내고 신군부의 국가보위 입법회의 참여를 고사한 일화를 자주 거론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2기 출범선상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비유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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