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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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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한미간, 또 한국내 이른바 ‘자주파’와 ‘한미동맹파’간에 이 문제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끊이지 않았다.
▽한미간 미묘한 신경전=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미국의 세계안보전략 차원에서 이뤄져온 주한미군 감축 때문에 한국 안보가 과거처럼 요동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군에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해 2월 당시 노 대통령당선자의 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방침’을 밝혔다. 특사단은 귀국 후 “주한미군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나 감축은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을 높여주는 만큼 막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등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계속 언론에 흘렸다. 같은 해 3월 18일 미 국방부 고위관리가 한국 언론에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내일이라도 철수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 사례.
이에 발끈한 청와대는 곧바로 외교통상부를 통해 미측에 “한미 당국간 합의 원칙을 무시한 ‘가라면 간다’는 식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유감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그 후로도 비공식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주한미군 대규모 감축설’은 계속 전해졌고 그 숫자가 약 1만2000명이란 구체적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한미동맹파’와 ‘자주파’의 밀고 당기기=주한미군 감축문제는 국방부와 외교부 중심의 ‘한미동맹파’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주축의 ‘자주파’간의 핵심 쟁점이었다.
지난해 5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의 성급한 감축은 한국 내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북한 핵 문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한미동맹파’의 논리가 많이 반영됐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한 간담회에서 “북 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 2사단이 현 위치에서 한국을 도와줄 것을 간곡하게 (미국에) 부탁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자주국방 실현’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전략이었다. 그는 광복절과 국군의 날 연설로 그 의지를 거듭 밝혔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국군의 날을 전후해 NSC 일각에선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한국이 먼저 제기해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제시됐다”며 “그러나 ‘한미동맹파’의 강한 만류로 유야무야됐다”고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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