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장 곧 사퇴… 당분간 ‘신기남 체제’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3분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가량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해 당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 의장은 “총선도 끝났고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 참여정부 집권 2기가 시작됨에 따라 당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노 대통령도 정 의장의 뜻을 수용한 것 같다고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이 16일 전했다.

정 의장은 이르면 17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 의장의 입각 여부는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지만 당분간 휴식 후 입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휴식을 취한 뒤 새로운 모색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한 측근도 “대통령의 뜻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대통령의 입각 권유를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정 의장은 16일 비서실 직원들과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관람하고 오찬과 만찬을 잇달아 하면서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

정 의장의 사퇴로 차기 당 의장은 당헌에 따라 ‘1·11전당대회’에서 2위 득표를 한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이 자동 승계하게 된다. 관심은 ‘신기남 과도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그동안 비(非)당권파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7, 8월경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신기남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대를 개최하려면 상임중앙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데다 지구당이 폐지된 상황에서 선거인단 구성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씨네시티극장에서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본 뒤 극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서영수기자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전대를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도 “개인적으로는 당장 전대를 열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전대 개최는 내년 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국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새 리더십 구축 요구가 분출할 경우 조기 전대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한때 차기 당 의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이 열린우리당 국정과제수행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특위는 청와대의 주요 국정 과제, 예컨대 지방분권화나 동북아경제중심 프로젝트 등 핵심 과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하고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어서 한 위원이 ‘신기남 의장 체제’를 보완하는 ‘당-청’ 가교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 위원의 특위 위원장 내정은 차기 의장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당 지도부는 20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향후 정국 및 당 운영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입당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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