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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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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인권위원회 위원국(임기 3년)에 선출된 것이다. 1993년 첫 선출된 이후 5번째 연임이었다.
인권위원국(53개국)은 5개 주요 대륙별 회원국 수에 비례해 자리가 배당되는 만큼 회원국수가 많고 주요국이 포진해 있는 아시아와 서구 지역은 해마다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진다.
1947년 인권위 창립을 주도했던 미국조차도 2001년 선거에서 탈락한 일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과연 한국이 ‘5선의 인권위원국’에 걸맞은 인권외교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감출 수 없다.
지난달 15일 유엔 인권위가 채택한 ‘대북 인권결의안’표결 때도 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표결에 아예 불참한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와 남북관계를 분리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근본적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전 세계가 ‘포로 학대의 반(反)인권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6일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이 “전쟁포로에 대한 학대 문제는 인권적 차원에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반 장관의 발언은 주례 내외신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서야 나온 것이었고, “미국 정부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단서까지 달려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7일 일본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이라크 포로 학대는) 비인도적인 행위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며 관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따른다는 점에서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은 ‘앵무새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빈정거림을 국제사회에서 받아 왔다. 이번엔 한국이 비슷한 비판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형권 정치부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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