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또 일부 전문가들은 지방세의 강제적인 국세나 서울특별시세로의 전환은 공평과세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왜 강남인가=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를 국세 혹은 시세로 전환하겠다는 여권의 방침은 1차적으로 서울 강남구의 재산세 인하 조치가 다른 지자체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정세균(丁世均)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6일 “강남구의회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재산세 인상률을 깎아버릴 경우 국가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게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당장 올해 안에 지방세법을 개정해 1단계로 지자체에서 50%까지 낮출 수 있는 재산세율 조정폭을 최대 30%로 낮춘 뒤 궁극적으로는 세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재산세를 국세나 서울특별시세로 바꾸도록 법률을 뜯어고치겠다는 복안이다.
또 최근 몇 년간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한 강남권에 대한 여권의 곱지 않은 시각도 이번 여당의 방침에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우리 다이아몬드 클럽’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강남구는 그동안 보유가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를 세금으로 냈을 뿐”이라며 특히 “지난해 ‘강남 불패라고 하면 대통령도 불패’라고 말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은 명언”이라고 말해 여권의 이 같은 기류를 보여줬다.
열린우리당측도 서울 강남 재산세를 서울특별시세나 국세로 전환하면 1차적으로 강남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야권과 서울시의 반발=한나라당은 강남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재산세를 국세나 서울특별시세로 전환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한구(李漢久) 한나라당 정책개발특위 위원장은 “여권의 발상은 지자체가 중앙정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권한을 뺏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강남 주민들에게만 왕창 세금을 덮어 씌워도 된다는 논리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정순구(鄭淳九) 재무국장은 “재산세를 정부가 가져가려면 이를 벌충할 수 있는 다른 세수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지방자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발상이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지자체간에 세수가 차이 날 경우 중앙정부가 불균등 해소 차원에서 정책수단으로 거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차원의 얘기라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정지역 지자체의 재산세조정권을 억제하기 위해 세법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임주영(林周營·세무학) 교수는 “그동안 인정했던 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과 탄력세율운영권 등을 정부시책과 상충된다고 해서 없애거나 줄이겠다는 것은 지방분권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산세 징수권을 국세나 시세로 전환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우리가 많이 내고 적게 쓴다’는 이유로 헌법 소원 등 국가를 상대로 한 각종 고소 고발 사건들이 잇따를 것이 뻔하다”고 후유증을 염려했다.
▽실현 가능성은=부동산 투기억제정책을 위해 강남지역의 세금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징수권까지 중앙정부가 가져가거나 서울시로 권한을 넘기겠다는 발상은 극단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적지 않아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차별정책을 펼칠 경우 이 지역 주민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조세전문가들이 ‘조세정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대목도 여당으로선 정책입안과정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