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改憲, 우선순위 아니다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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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개헌론이 일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1987년 헌법개정 당시 채택한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을 막는다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나면서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어긋나 정치 불안을 심화시키고,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이 너무 일찍 나타나 국정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거의 매년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면서 생기는 국력소모도 엄청나다. 이런 만큼 정치권의 4년 중임제 개헌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시기인지는 별개 문제다. 일단 개헌논의에 불이 붙으면 정치권과 사회 각계로 개헌 공방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권력구조 개편에 수반되는 논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4년 중임제 주장으로 출발했지만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예에서 보듯 주요한 국정현안마저 개헌 소용돌이에 함몰될지 모른다. 오늘 우리 앞에는 민생, 경제 살리기, 북핵, 정치 개혁, 국민통합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이들 국가적 과제를 제쳐놓고 새 국회 초반부터 개헌 논의에 빠져드는 것이 바람직한지 냉철하게 헤아려 봐야 한다.

2008년은 현 대통령과 17대 국회 임기가 함께 끝나는 해다. 우리는 이에 앞서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초 쯤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때까지 당별로 조용하게 개헌작업에 대비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찾고 국회 차원의 논의시기를 조율해 나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개헌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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