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진로]추미애 조순형 함께 추락 ‘충격’

  • 입력 2004년 4월 15일 23시 19분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61석의 원내 2당에서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군소정당’으로 몰락했다. 50년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몰리게 됐다.

민주당의 참패는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빠져나간 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기득권 유지와 이전투구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몰락 원인=지난해 11월 신주류의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배신자’로 규정하며 총선에서 그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에서 90% 이상의 지지율로 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반(反) 한나라당’ 정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렸다.

더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빠져나간 지도력의 공백을 메울 리더십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11·28 전당대회 이후 출범한 조순형(趙舜衡) 대표 체제는 추미애(秋美愛)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소장파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여론의 반대 속에 한나라당과 공조를 통해 3월 12일 국회에서 통과시킨 노 대통령 탄핵안 때문에 호남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민주당은 추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호남의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 시도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주장하는 추 위원장과 사퇴를 거부하는 조 대표간의 갈등으로 총선후보 등록일까지도 공천권을 놓고 다투는 등 분열상을 거듭했다.

▽향후 진로=조 대표와 추 위원장이라는 양대 축이 모두 낙선함에 따라 민주당은 일단 호남의 대표성을 가진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총선 참패의 책임을 둘러싸고 조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 당권파와 추 위원장 중심의 소장쇄신파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갈등의 봉합이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을 지탱해 온 호남지역과 개혁성향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떠나버렸음이 분명해진 만큼 앞으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또는 개별 입당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인사들과 독자생존론을 주장하는 세력간의 갈등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부침=민주당은 56년 해공 신익희(海公 申翼熙), 유석 조병옥(維石 趙炳玉) 선생 등이 중심이 돼 창당된 옛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60년 4·19혁명 이후 구파와 신파로 나뉘었던 민주당은 5·16군사정변 이후 신민당, 80년 신군부 등장 이후 민추협 시기를 거쳐 84년 신한민주당으로 부활했다.

85년 통일민주당을 거쳐 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직후 김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면서 분당됐다. 90년 3당 합당 이후 평민당은 신민주연합-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로 이어지면서 97년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2000년엔 새정치국민회의로 거듭났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한 후 반노(反盧)-친노(親盧) 세력의 갈등 끝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나눠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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