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선대위원장직 전격 사퇴

  • 입력 2004년 4월 12일 23시 04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자신의 ‘노인 폄훼’ 발언에 따른 당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회견 이후 곧바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자신의 ‘노인 폄훼’ 발언에 따른 당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회견 이후 곧바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노인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전격 사퇴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12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로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며 당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선거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 유세를 도중에 단축하고 상경한 정 의장은 “부패, 지역주의 세력이 되살아나고 이번 선거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탄핵 관철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나는 무엇이든 던져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선거일인 15일까지 당사 1층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은 13일 정 의장의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선대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어 ‘국민과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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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역별로 총선출마자들이 동조 단식에 들어가는 한편 비례대표 후보자도 정 의장과 함께 단식농성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소장파인 김부겸(金富謙) 임종석(任鍾晳) 송영길(宋永吉) 김영춘(金榮春) 이종걸(李鍾杰)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 6명도 이날 오후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면 헌법재판소 결정과 상관없이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권기홍(權奇洪·경북 경산-청도) 이영탁(李永鐸·경북 영주) 윤덕홍(尹德弘·대구 수성을) 윤용희(尹龍熙·대구 달성) 서중현(徐重鉉·대구 서구) 등 대구 경북지역 총선출마자들은 이날 오전 대구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기자회견 전문▼

오늘은 ‘3·12 의회 쿠데타’가 일어난지 만 한 달이 되는 날 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광주 전남에 가서, 제주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했습니다. 국민주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국민이 뽑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 된 심정으로 또 이번 4·15선거가 선거가 아닌 역사라는 선거의 본질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으로서 사죄드렸습니다.

부패세력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세력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번 4·15선거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탄핵세력들이 다시 커져서 4·15 이후에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끝내 탄핵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음모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탄핵세력의 탄핵관철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서 저는 무엇이라도 던져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한나라, 민주, 자민련 이 세 당이 대통령을 탄핵해 놓고 4월15일 저녁 승리했다고 만세를 부르는 광경을.

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탄핵관철 음모 저지를 위해 그리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살려내기 위해서 저는 책임을 다 하고자 합니다.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즉각 선대위원장,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의장으로서 역할을 선거결과에 따라서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당은 내일 모레 마지막까지 분투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부패세력, 수구세력 지역주의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4·15선거의 본질을 되살려 주십시오.

오늘 전국의 철학교수 92명이 성명을 냈습니다.

다시 지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고 역사의 심판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저도 똑 같은 심정을 가지고 비장한 각오로 단식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 4·15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에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던져 희생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국민여러분께서 도와주시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달라질수 있습니다. 4·15선거는 역사가 될 수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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