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중간수사결과]盧 ‘10분의1 발언’ 부메랑되나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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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해 언급한 이른바 ‘10분의 1’ 발언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청와대에서 4당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 불법 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8일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은 823억2000만원, 노 후보 캠프는 113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노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훨씬 넘어 ‘7분의 1’ 정도다.

노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따른다면 노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다 대선자금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의 경기 용인 땅 매매대금 19억원을 더할 경우 액수는 더 커진다.

검찰로서는 노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에 미달하는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검찰이 대통령의 지침대로 액수를 조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안도할 수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은 8일 “검찰은 여야 대선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을 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데다 불법 대선자금을 놓고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여야 대선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논란과 공방의 장(場)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문제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분의 1’ 논란은 검찰의 최종적인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중간 수사 결과만으로도 노 대통령은 작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10분의 1’ 관련 노무현 대통령 발언록▼

▽(불법 선거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에서 은퇴할 용의가 있다.

(2003년 12월 14일 여야 4당대표 회동)

▽(10분의 1 발언은) 결코 임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헛소리한 것이 아니다. 그 말에 대해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려 한다. 사실이 밝혀지면 재신임 절차 없이 약속을 지켜야 되겠죠. (2003년 12월 16일 특별기자회견)

△10분의 1은 아무렇게나 이뤄진 것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준 대가로 이뤄진 것이다. 합법이냐 불법이냐 꼬리가 붙어있어서 그렇지 총액으로 350억원 내지 400억원이 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정도 쓰고 당선됐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2003년 12월 19일 강원도민과의 간담회)

▽10분의 1 발언은 불쑥 나온 돌출발언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한 것이다. 처음에는 소도둑과 닭서리로 비유하려고 했으나 너무 심하다고 할까봐 10분의 1이라는 표현으로 다듬었다.

(2003년 12월 31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7명과의 오찬)

▽야당이야 모든 것을 다 쓸어 담아서 10분의 1을 넘었다고 하고 싶겠지만,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산이 다르지 않겠느냐. 합리적인 평가의 기준에 비추어 10분의 1이 넘는지는 수사가 끝나고 나서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코 10분의 1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04년 2월 5일 강원지역 언론 합동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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