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교육관 문제 있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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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KBS 대담프로그램에서 밝힌 교육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은 ‘교육원로와 관료, 사학재단이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통해 “재단은 학교를 통제하고 싶어 하고 교장들은 학부모와 교사의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것을 설득해서 학교자율화가 교육개혁의 축을 이루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 말은 노 대통령의 이분법적 관점을 또다시 드러낸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지난해 교장 자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교육계는 입장과 노선이 다른 교육주체들 사이에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교단 화합이 절실한 마당에 이 발언이 갈등을 부추기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인간을 키우는 교육은 다양성과 유연성이 생명이다. 교육 현장에서 ‘편 가르기’는 더없이 위험하다.

사학재단과 교육원로가 개혁을 막는다는 지적도 어느 한쪽에서 바라본 시각일 뿐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일부 사학의 독선적 운영과 교권 침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권위를 앞세워 교사들의 올바른 건의를 무시하는 교장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일인 양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교원단체들의 요구대로라면 사학재단은 학교운영에 개입하지 말고 뒤에 물러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학재단 입장에서는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학을 운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젊은 교사들의 패기가 중요한 만큼 교장들의 경륜과 체험도 존중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에 실리는 무게 때문에 실제 교육행정이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육개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각 교육주체의 ‘제자리 찾기’와 공교육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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