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철칼럼]나라가 어디로 가는가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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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겠지만 다가오는 ‘4·15총선’엔 각별한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정파나 후보자간의 기가 막히는 말싸움에 웃고 손뼉 치다가 한 표 찍고 넘길 총선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 불법자금 충격 탓에 리무진 대 티코라는 비교우위론이 유행한다지만 지금 우리 사회엔 비슷한 변종(變種)비교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책떼기와 닭서리, 기득권층과 서민, 주류와 비주류, 본류와 변방, 동맹과 자주, 한미동맹과 민족공조, 엘리트 민주주의와 대중 민주주의에 이어 ‘천도론’을 둘러싼 구지배계급과 신지배계급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집요한 대구(對句)의 흐름 속엔 이 정권의 혁명적인 이념 ‘코드’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친북좌경'불안감 고조 ▼

이쯤해서 물어 보자. 총선이 과연 리무진 대 티코의 싸움만인가. 어느 정파가 국회 의석을 얼마나 더 얻느냐는 머릿수 싸움인가. 또 최병렬 대표와 정동영 의장은 연고지를 버릴 것인가, 조순형 대표는 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은 총선의 관심 대목일지언정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총선의 본령은 아니다. 정신 차려야 할 대목은 앞으로 어떤 이념과 비전이 한국사회를 지배할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선거구별 후보자 경쟁이 아니라 나라의 진로가 걸린, 보다 심각한 국가 방향의 싸움이다. 여러분은 지금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차를 바르게 몰아 승객들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버스의 운전사에 비유했다. 운전석에 앉았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과연 바르게 몰고 있는가. 승객은 편안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구가 시사하는 대항적 분위기는 승객을 갈등구도 속에 몰아넣었다. 그래서 편치 않다. 그중 승객을 가장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이 정권 들어 사회에 미만한 ‘친북좌경’ 성향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반미친북’ 흐름을 걱정하던 날, 마침 한 TV 인터뷰에 나온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같은 우려를 표명한 것은 상징적 예에 불과하다. 이것이 두 사람만의 생각이겠는가. 그렇다면 ‘친북좌경’ 성향의 확산과 정권과는 관련이 있는가, 없는가. 왜 승객들은 정권을 ‘친북좌경’의 시각에서 보게 됐는가. 그 이유는 정권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친북좌경’이란 시각이 부당하다면 명백히 선을 긋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승객의 불안감을 없애는 길이다. ‘친북좌경’은 국기(國基)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존한다. 나라를 엎어 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또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민주’를 외쳐 대며 영역을 넓혀 가자는 것이 좌파 세력의 변함없는 전술이란 것도 우리는 분명히 경험했다. 대통령의 운전 잘못은 또 있다. 티코나 리무진이나 치명상을 입히는 ‘음주운전’에서 뭐가 다르단 말인가. 문제는 대통령의 이분법(二分法) 운전이다. 적과 동지를 가리는 이분법적 접근 방식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투적 메시지가 강하다. 여기서 문제는 사회분열을 고착시킨다는 데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지지세력은 결집시키겠지만 결과는 국정 방향에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만다. 사회 주류를 바꿔 버리겠다는 집권세력의 궁극적 목표와 맞닿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밀린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이분법 운전' 왜 하는가 ▼

대통령의 이분법적인 말은 그동안 집요하게 계속돼 온 것이고 ‘시민혁명’을 언급한 지 한 달여 만에 나타난 ‘국정참여 0415’에서 보듯이 이미 실효를 거두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지지도가 뜬다고 대통령의 입당을 요청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모양인데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기본구도를 깔아 놓은 사람이 대통령인줄 모르는 소치다.

이젠 통합이란 말은 꺼낼 생각도 없다. 대통령은 총선을 향해 이분법 운전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럴수록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묻고 싶다. 가는 곳이 어딘가. 고작 반쪽의 승리를 위해 이러는가.

최규철 논설주간 ki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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