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계좌로 검은돈 세탁하다니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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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재직 중 기업으로부터 받은 뇌물성 현금을 청와대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시켰다가 빼내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다는 검찰 발표는 충격적이다. 청와대 계좌가 검은돈 세탁에 사용됐다니, 이러고도 이 정권이 개혁과 도덕성을 입에 올릴 수 있는 것인지 실로 참담하다.

최씨는 노 대통령의 고교 1년 후배로 20년 이상을 곁에서 도운 끝에 청와대 살림까지 맡게 된 인물이다. 그가 SK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작년 10월 검찰 조사를 받게 됐을 때 노 대통령은 “눈앞이 캄캄했다”며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최씨의 비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 예산이 입출금되는 청와대 계좌까지 검은돈 세탁에 사용됐음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대통령 측근의 범죄 장소로 둔갑한 셈이 아닌가. 이제는 정말 국민의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을 해야 마땅하다.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 정도로 사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주변 386들이 이 정권의 정통성의 기반이라고 자랑해 왔던 도덕성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데 액수의 다과(多寡)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최씨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했던 안희정씨 또한 나라종금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작년 8월에도 기업에서 억대의 검은돈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역대 어떤 부패 정치인도 재판 중에 검은돈을 챙길 정도로 대담하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입을 닫고 있다면 의혹만 키우고 국민의 좌절감만 깊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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