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인터넷 ‘전쟁'…‘주패닷컴’ 차단-북한 우회접속 SW 배포

  • 입력 2004년 2월 3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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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행성을 이유로 북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면서 시작된 ‘주패닷컴’(jupae.com) 사태가 ‘막고 뚫는’ 남북한의 기술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통일부와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2일 실제 돈을 이용한 도박을 이유로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운영하는 ‘주패닷컴’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키로 결정했다. 뒤이어 29일엔 이 회사가 운영하는 ‘복권사이트’(dklotto.com)와 ‘고려바둑’(mybaduk.com)까지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국내 12개 ISP 업체는 이달 3일로 접속 차단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자 북한 회사측은 이에 반발하여 접속차단을 피해가는 ‘프록시(Proxy)IE’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배포에 나섰다. 인터넷상에서 남북한이 서로 ‘막고 뚫는’ 경쟁을 벌인 것.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미 차단된 주패닷컴 사이트는 물론 다른 불법 사이트들까지도 접속이 가능해져 우리 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진다.

북측 회사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남측 파트너인 ㈜훈넷의 김범훈 대표는 “사행성이 없는 바둑사이트마저 차단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정통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기술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계가 모두 연결돼 있는 인터넷의 속성상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

정통부의 김기권 정보이용보호과장은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접속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접속 차단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이 가운데 ‘사이버 원코리아’ 등 인터넷부터 휴전선을 허물자는 네티즌 운동까지 생겨나 이래저래 북한 사이트 접속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권혜진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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