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터넷 기업 남측 네티즌 접속 빈번

  • 입력 2004년 1월 8일 14시 13분


지난 5일 북한기업이 남측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사실이 보도돼 남북한 인터넷 교류문제가 크게 관심을 모았으나 네티즌들의 북한 사이트 방문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선복권합영회사(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동)가 “북한 인터넷 도박사이트로 남측 자금이 유입됐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61) 홈페이지에 공개 반박문을 올린 날에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쇄도, 사이트가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문제의 북한 기업 조선복권합영회사(http://www.jupae.com)는 남한의 인터넷업체인 훈넷과 북한 조선장생무역총회사가 지난해 합작설립한 회사로, 바둑, 카드놀이 등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8/64로또, 플러스플러스, 777골든세븐 등 복권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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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료 자료실을 통해 VOD 레코더, PCI 슬라이더, 글등록기, 인터넷전화 등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네티즌들의 질문에 회원여부를 가리지 않고 정성어린 답글을 단다.

이 때문에 남측 청소년들이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다. 비회원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청소년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의 문의를 쉽게 볼 수 있다.

질문은 대개 “좋아하는 가수 비가 SBS 음악 프로에 나왔는데 VOD 레코더로 녹화가 안돼요, 어떡하죠?”와 같은 식. 북측 관리자는 녹화하려는 동영상을 일일이 테스트 해 준뒤 1시간 내에 성의있게 답변해준다. 심지어 초보 네티즌들은 다른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이 곳에서 물어 보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북한 사이트임을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별다르게 보지는 않는 듯 하다. 오히려 '감동적일만큼'의 서비스에 놀라는 눈치다.

관리자는 ‘리용’이나 ‘록화’ 등 몇 가지 북한식 말투를 쓰기도 하지만 남측 사이트를 꽤 많이 서핑한 듯 ‘님’, ‘내용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터넷용 말투를 그대로 사용한다.

북한측 영업허가증

회사측은 통일이나 북한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게임 사이트일뿐”이라며 “님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은 주패사이트의 왼쪽메뉴 아래에 있는 조선관광링크를 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작년 9월 네티즌들이 국가보안법 저촉에 대해 문의하며 탈퇴하려고 했을때, 회사측은 “현재 남측 당국이 우리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으나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회원은 한 명도 없다”며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만류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제 8조 1항에서는 구성원과 회합·통신을 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남북교류협력법 제 9조의 3항에 따르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을 하고자 할때에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통일부는 북한 사이트를 방문해 열람하는 행위는 주민접촉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유권해석해 혼란을 주고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조선복권합영회사에 접속해 내용을 보는 것은 무방하지만 글을 남기거나 회원 가입을 했을 땐 실정법 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수사대는 북한 사이트에 가입한 일부 회원에 대해 이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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