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無爲정치 - YS 훈수정치

  • 입력 2004년 1월 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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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1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김원기 공동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신년 인사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1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김원기 공동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신년 인사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 不개입" 불구 세배객 1500명 문전성시 ▼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는 1일 1500여명의 세배 객이 몰려 ‘정치인 DJ’의 영향력을 새삼 보여줬다. DJ는 이날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정치적 함의가 있는 ‘뼈있는 말’도 간혹 던졌다.

DJ는 자택 옆 김대중도서관(옛 아태재단)에서 국민의 정부 전직 장차관급 인사 200여명과 신년 인사를 하면서 “최근 미국 월가에선 ‘한국은 스스로 자신들의 가능성을 잠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DJ는 남북관계와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세계 제1의 시장을 지향하는 중국과 경제 강국 일본은 우리가 대응을 잘하면 ‘좋은 기회’가 된다”며 “그러나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데 실패하면 두 나라는 우리에게 ‘무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J는 조순형(趙舜衡)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면담할 때는 60년대 민주당 시절 얘기와 90년대 초 여소야대 상황을 화제에 올리면서 민주당 분당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여소야대 때 우린 여당과 상의하며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국회 의결의 70∼80%가 투표 없이 갔다. 우리는 다수의 힘을 남용 안 했지”라고 말해 한나라당을 은근히 겨냥했다.

DJ는 전직 청와대 비서관 7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총선에 나갈 사람들과 사진 한 장씩 찍어 달라”고 요청하자, “사진 찍으면 정치 개입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악수할 때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찍어라”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盧대통령 권위 상실…한나라 갈등 수습을" ▼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에는 1일 세배객이 줄을 이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 서청원(徐淸源) 박희태(朴熺太) 전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상도동을 찾았다. 고건(高建) 국무총리,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 외에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도 신년하례차 들렀다.

YS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즐겨 쓰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휘호에 대해 “정도(正道)를 가면 문이 없어도 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꾀를 내 소도(小道)로 가지 말고 대로(大路)로 당당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YS는 이날 ‘측근비리’로 궁지에 몰린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은 법률 이전에 권위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지금은 그게 전부 상실됐다”며 “특검에서 심각한 측근비리가 더 나오면 하야(下野)로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사차 찾아온 최 대표에게는 “시끄러울 때 잘 마무리 짓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며 “당무감사 문건유출 사태를 잘 마무리 짓고 공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회복됐다’는 기자들의 말에 “싸우니까 국민에게 주목을 받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YS는 최근 KBS의 보도로 논란이 됐던 ‘덕소모임’에 대해 “(KBS의 보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당시 김대중(金大中)씨와 사이가 가장 안 좋았던 때인데 어떻게 따로 술을 마시러 가겠느냐”며 KBS의 ‘술판’ 보도내용을 일축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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