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사모행사 참석’ 먼저 공개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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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개혁네티즌연대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사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통령의 외부행사 일정에 대해 사전 보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출입기자들에게 외부행사 일정을 사전에 알려줄 때도 비보도를 조건으로 해왔다.

그러나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오후 “노 대통령이 주최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 행사 장소는 여의도공원 야외무대이며, 행사 중간에 참석해서 10분가량 연설을 할 예정이다”며 “이를 보도해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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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행사일정을 공개한 뒤 대통령경호실은 18일 오후부터 여의도공원 일대의 고층빌딩에 대한 사전 점검과 경호인력 배치에 나서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초비상에 들어갔다. 일정이 노출된 데다 다수의 군중이 참석하는 야외집회인 탓에 경호상의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공개하고, 사전 보도를 허용한 것은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올해 들어 △7월 17일 대전 한밭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참석 사실을 보도한 일간스포츠 △11월 초 광주 방문 사실을 보도한 전남일보 △11월 3일 김대중도서관 개관식 참석 사실을 보도한 문화일보 등 3개 신문사에 대해 외부일정 사전 보도를 이유로 출입정지 3개월의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물론 전남일보와 문화일보의 경우 “취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을 보도한 것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출입기자들의 반발에 따라 징계조치를 곧바로 취소했다.

그래서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외부행사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고 보도를 허용한 것은 지지자들의 행사 참석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 홍보용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행사 참석 일정을 미리 공개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가원수로서의 경호 문제까지 포기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과 노사모는 배신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비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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