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썬앤문 감세 청탁 배후 누구인가

동아일보 입력 2003-12-16 18:54수정 2009-10-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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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후배가 경영하는 썬앤문그룹 감세(減稅) 의혹 사건은 6월 서울지검 조사부의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바람에 대검과 특검까지 합하면 재재(再再)수사를 받는 꼴이 됐다. 서울지검은 썬앤문 추징세액 감세의 배후로 5000만원을 받은 국세청 4급 공무원 1명을 구속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4급 공무원 혼자 힘으로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세무조사에서 책정된 추징세액 180억원을 23억원으로 감면해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서울지검은 썬앤문 김성래 전 부회장의 녹취록에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언급됐는데도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이 이 사건에 관한 특검법을 통과시키자 대검이 수사에 나서 이 전 실장이 문병욱 회장에게서 1억원, 김 전 부회장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서울지검이 대통령 측근에 대해 부실수사를 했음이 판명된 것이다.

대검은 4급 공무원 단독범행이라는 서울지검 수사 결론을 뒤집고 썬앤문그룹 감세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손영래 전 국세청장을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지검 조사 때도 계좌추적 등 철저한 조사를 했지만 손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금품을 받은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 전 청장에게 청탁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다.

문제의 녹취록에는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손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내용과 야당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썬앤문이 노 후보 진영에 이 전 실장을 통해 거액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문 회장과 분쟁이 벌어진 동업자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일부 내용은 대검 재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녹취록 전반에 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대검 수사는 서울지검 수사가 왜 부실했는지에 대한 조사까지 포함돼야 한다. 어차피 특검에서는 대검 수사의 공정성까지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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