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도 崔도 세계를 보라, 민생을 보라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22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 묻는다. 이 나라의 운명을 동북아 한 귀퉁이의 초라한 낙후국가로 전락시킬 것인가. 국민이 먹고 살아갈 동력을 잃어 국가지도자들과 정치를 저주하도록 몰아갈 셈인가.

노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우리 경제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되뇌는가. 최 대표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단식을 한다는 것인가. 경제와 민생은 파탄 나도 무한 정쟁(政爭), 정치 내전(內戰)의 대장 노릇 하는 것이 국가지도자들인가. 이 나라를 부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다운 나라로 과연 이끌어가고 있는가. 새삼스럽게 경제를 안 챙겨도 좋으니 기업 발목이나 잡지 말라는 기업인들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가.

세계를 보라. 어느 나라 지도자들이 이런 치졸한 정치를 하면서 민생을 내팽개치고 중병 든 경제의 치료에 손놓고 있는가. 노 대통령은 중국에 갔을 때 무얼 보았는가. 중국의 질주에 찬사를 보내고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만들겠다고 목청만 높이면 그런 나라가 저절로 만들어지는가. 작금의 정치판과 경제정책과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실감하고 열의에 차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기업이 만신창이가 되고 실업자의 비명이 높아지고 교육과 과학기술의 기반은 무너지는데 그동안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가.

최 대표는 경제와 민생문제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무얼 협조했는가. 시급한 경제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있는가. 노 정부의 경제운용에 문제가 많다면 국민이 신뢰할 만한 대안을 내놓았는가. 국회의석 과반수 정당의 대표가 된 뒤 경제회생책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해 놓고, 정작 만나서는 성장기반강화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자며 말치레한 것 말고 무얼 했는가.

나라 밖을 보라.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가 세계 경제질서의 새로운 강자로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올해 7%대 성장으로 두 자릿수 성장의 중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의 성장은 고작 2%대에 그치고, 그 악순환은 투자 고용 소비 등 경제 전반에서 깊어 가고 있다.

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브라질 노동자당 출신의 룰라 대통령은 좌파 이념과 민중주의를 묻어둔 채 국가재건과 경제회생을 위한 정책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여 브라질의 재기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노 정부가 아직 1년도 안 된 정부라는 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5년 안에 뭘 하겠다, 10년 안에 어떻게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그만 해도 족하다. 당장 실행에 옮겨 경제와 민생의 새 빛을 보여주지 못하는 무능과 무책임을 말잔치로 덮어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가 고속성장세로 되살아나고 일본도 마침내 그 흐름에 올라탔다. 그러나 우리는 내년에도 세계적 경제회복에 가장 뒤처지는 그룹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향후 10년간의 장래성이 싱가포르나 대만보다도 떨어진다는 분석을 반박할 근거도 없다. 오히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간의 교역이 세계무역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FTA 하나 못 맺는 외톨이 국가로 남을 처지다.

노 대통령과 최 대표에게 요구한다. 정부와 여야가 경제와 민생의 돌파구를 열 종합설계에 함께 매달릴 수 있는 윈윈(Win-Win)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허구한 날 정쟁에나 매달리고, 총선 승패에만 목을 건다면 노 대통령도 최 대표도 국운을 쇠잔시킨 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