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캠프 차명계좌 수십개씩 관리" 정치권 파문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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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노무현 후보 캠프)이 수십개씩의 차명계좌를 통해 대선자금을 모금한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1일 "모든 것을 당 내 '깨끗한 정치 실천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식으로 원칙론만 밝히면서 침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재정 관계자는 "차명계좌가 더 있다면 그것은 이상수 당시 총무본부장이 급전을 넣었다 뺐다 하기 위해 '정거장' 식으로 운용했던 계좌였을 것"이라며 "자세한 것은 이상수 의원 등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는 당 재정에 대해 책임 있는 김원기 의원과 함께 불참한 이상수 의원은 집 인근에서 공인회계사 등과 함께 대선자금 내역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당초 18일 단행하려고 했던 대선자금의 총 수입지출 내역 공개를 무기한 연기한 것이 복수의 차명계좌 존재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에 나온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김희선 의원 등 일부는 "도대체 제대로 밝힌 것이 무엇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검찰이 조사 중이라는 가차명 계좌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대선자금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중앙당이나 지구당에서 자금 관련 계좌는 가장 믿을만한 사람의 명으로 개설하는데 그 계좌에 여러 사람들이 선거에 필요한 돈을 입금시킨다"며 "그렇게 되면 계좌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돈이 입금되니까 가차명계좌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그게 검은 돈의 집산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모든 당이 그렇게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저수지'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며 촉각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민주당 불법대선자금 진상규명 특위 간사인 노관규 당 예결위원장은 "차명계좌가 최소 3개는 될 것이다. 그런데 바보 같은 검찰이 이를 뒤지지 못하고 있다. 이상수 의원이 전모를 다 알고 있으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고 말해 왔다.

김성순 대변인은 또 대선자금을 여야 의원 3,4명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은 돈 세탁한 여권 중진의원과 개인적으로 유용한 야당 의원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20일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기업 등에서 대선자금을 모금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한나라당이 관리한 차명계좌에는 계좌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50억원대의 자금이 각각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지낸 이상수(李相洙)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설한 차명계좌 1개 이외에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단서가 잡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민주당이 개설한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한 기업의 임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한 뒤 입금 규모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여야 의원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며 특히 차명계좌를 관리한 여야 중진 정치인 4, 5명이 개인적으로 자금의 일부를 유용한 단서를 포착하고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진 금호 등의 일부 기업들이 양당에 전달한 대선 자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기업에서 모금한 돈을 수십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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