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盧캠프 차명계좌 수십개씩 관리

  • 입력 2003년 11월 21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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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20일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기업 등에서 대선자금을 모금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한나라당이 관리한 차명계좌에는 계좌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50억원대의 자금이 각각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지낸 이상수(李相洙)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설한 차명계좌 1개 이외에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단서가 잡혔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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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민주당이 개설한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한 기업의 임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한 뒤 입금 규모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여야 의원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며 특히 차명계좌를 관리한 여야 중진 정치인 4, 5명이 개인적으로 자금의 일부를 유용한 단서를 포착하고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진 금호 등의 일부 기업들이 양당에 전달한 대선 자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기업에서 모금한 돈을 수십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이 여러 단계를 거쳐 세탁돼 자금의 출처 추적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진그룹의 심이택(沈利澤) 대한항공 총괄사장을 소환해 한진그룹이 대선 당시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의 규모 등을 조사했다.

또 삼성그룹의 대선자금과 관련해 최근 삼성으로부터 회계자료 등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 받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대선 전 민주당에 전현직 계열사 사장 3명 명의로 3억원을 편법 지원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된 바 있으며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이 최근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지원한 후원금 9억원이 임직원 명의로 편법 제공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의 전달 경위 및 위법성 등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한나라당에 후원금 12억원을 내면서 3억원은 법인 명의로, 나머지 9억원은 계열사 임직원 24명 명의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9억원이 무정액 영수증으로 처리된 뒤 한나라당 후원회 계좌로 전액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 낸 10억원의 후원금 중 6억6000만원도 임직원 20명 명의로 제공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검찰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금품수수 비리와 관련해 19일 소환한 김성철(金性哲)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최 전 비서관에게 1000만원을 준 사실과 회사자금 횡령 등의 개인비리를 확인하고 김 회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회장은 이날 밤늦게 귀가 조치됐으며 다른 측근 비리 연루자들과 함께 추후에 형사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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