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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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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는 한나라▼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결산안과 법사위를 통과한 대통령측근비리 특검법안을 같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검법안 제출 후 줄곧 민주당, 자민련과 협력하며 모든 과정을 상의해왔다”며 야3당 공조 방침을 재확인한 뒤 “청와대가 연일 특검법안에 대해 겁먹은 소리를 하는 것은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홍 총무는 특히 표결 전망에 대해 자신의 거취를 빗대 “해가 서쪽에서 뜨면 국회에 못 나올 것이다”라며 특검법안의 본회의 가결을 낙관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홍 총무는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조율하며 7일 저녁 민주당, 자민련 총무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각 당의 표결 동향을 점검했다.
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민주당의 경우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자민련의 다수는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특검법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특검 정국이 대선자금 정국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호기라고 보고 정국 주도권 장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상대책위 핵심관계자는 “수사가 진전되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한바탕 ‘소나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특검을 통해 측근비리의 숨겨진 전모가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득실 따져보는 민주▼
민주당이 내분 양상을 띠는 것은 내년 총선전략과 직결된 당의 정체성 문제 때문이다.
측근비리 철저 수사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한목소리를 내지만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안에 공조할 경우 전통적인 당 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돼 소속 의원들의 양분 현상이 벌어진다고 당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추미애(秋美愛) 의원과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은 ‘선(先)검찰수사, 후(後)특검’ 방침을 내세워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반대했다. 그러나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측근비리 수사가 지지부진한데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도 의견이 갈린 상태다. 장재식(張在植) 사무총장과 김영환 정책위의장 등은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가져올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반면 조순형(趙舜衡) 비상대책위원장,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은 측근비리 척결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응 고심하는 輿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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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고심하는 청와대, 반대하는 우리당=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청와대 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경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 사건은 단서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며 청와대의 기류를 전했다.
최 전 비서관 비리의혹 수사에 매진하고 있는 검찰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담도 청와대측은 의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기류가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지는 분명치 않다. 측근비리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측근비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균형발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3대특별법과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바라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특검 대치 정국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편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정동채(鄭東采) 홍보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특검이자, 총선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정략특검”이라며 “한나라당의 부당한 대선자금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우려, ‘한-민 공조’ 차단에 주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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