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학자 조명훈씨 “宋씨는 南北 양다리 걸친 기회주의자”

  • 입력 2003년 10월 16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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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는 ‘경계인’이 아니라 통일을 명목으로 남북을 오간 ‘통일 브로커’에 불과합니다.”

불교 조계종의 초청으로 지난달 말부터 방한 중인 재독 정치학자 조명훈(趙明勳·72·사진)씨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송씨가 남북 양쪽을 포괄하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양다리를 걸친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조씨는 “북한에서 잘 대접해 주니까 한참 재미 보다가 정체가 폭로된 뒤 남한에 정착하겠다는 것은 기회주의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독일 본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조씨는 60, 70년대 독일 외무부 산하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독일에 소개한 좌파 인물이었다. 그러나 72년 김일성 회갑 때 독일 여성 작가 루이제 린저와 함께 방북했다가 호화잔치와 우상숭배 분위기를 비판해 기피인물로 찍혔다. 그해 남한으로 와 “북한이 감옥이라면 남한은 지옥”이라고 말했다가 군사정권으로부터 추방당한 뒤 1986년에야 해금됐다.

그는 1991년 베를린에서 송씨를 만났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송씨가 저를 만나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짐을 다 쌌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교포 사회에선 서울대 교수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죠. 그런데 두 달 뒤 노동신문에 김일성과 찍은 사진이 크게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추측하건대 북측이 그의 남한 귀국 소식을 듣고 공작을 펼친 것 같았어요.” 그는 또 “수만 달러를 투자한 1급 공작원인 송씨가 의리를 저버린 것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며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얻어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말은 ‘이젠 어디에도 갈 데가 없으니까 한국 국적을 가져 보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18일 독일로 출국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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