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씨 검찰소환]SK돈 ‘盧대통령 흔적’ 나타날까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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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SK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에 출두하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 있다. -변영욱기자
14일 SK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에 출두하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 있다. -변영욱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리던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14일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최씨의 비리 혐의가 노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목적으로 SK비자금의 전달 경위를 중심으로 개인 범죄 혐의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수사 진행 방향과 검찰 안팎의 상황으로 볼 때 최씨가 받은 SK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돌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미 최씨가 지난해 대선 직후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이모씨(66)를 통해 SK에서 비자금을 받아 일부를 대선과 관련된 명목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노 대통령이 관련된 ‘흔적’을 엿보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만일 최씨가 지난해 대선 직후 SK비자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노 대통령의 선거 빚을 갚는 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온 노 대통령의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씨도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SK비자금이 노 대통령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 대신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답변해 여운을 남겼다.

검찰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씨를 상대로 SK에서 자금을 받은 경위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돈을 받았는지 △대선 전후 그가 갖고 있던 자금의 성격과 사용처 등을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까지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 회계책임자를 맡았던 최씨가 직·간접적으로 관리한 자금 중 SK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의 흐름을 모두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관리하던 돈 가운데는 돈세탁을 통해 현금으로 입금된 뭉칫돈과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수상한 자금 등이 뒤섞여 있어 자금 유통 경로와 사용처 확인에 예상외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씨를 일단 구속한 뒤 구속기간을 최대한 연장해 최씨가 갖고 있던 돈의 출처와 사용처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최씨 혐의와 노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밝혀내는지의 여부에 따라 검찰이나 노 대통령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수의원-검찰 ‘SK자금 편법처리’ 공방▼

통합신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14일 검찰 출두에 앞서 SK로부터 받은 돈이 적법한 정치자금이라며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제의 돈이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정치자금 총액 한도를 넘어선 불법 정치자금인 만큼 이 의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이날 대검청사 기자실에 들러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6일 SK그룹 10개 계열사 명의로 15억원을 받아 경기도지부 후원회의 영수증을 발급했고, 같은 달 17일 SK그룹 임직원 33명의 명의로 10억원을 받아 제주도지부의 영수증을 발급했다”며 적법한 처리를 강조했다.

또 “지방의 당 지부 후원회를 통해 돈을 받은 것은 당시 중앙당이 모금한 후원금 총액이 380억원으로 정치자금법상 중앙당이 받을 수 있는 한도액 400억원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이고, 법인의 돈을 임직원 명의로 받은 것도 편법일 수는 있지만 통상적인 방법”이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이 SK로부터 10개 계열사 명의로 받은 15억원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중에 받은 10억원은 기업의 후원금 기부 한도를 넘어선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못 박았다.

비록 이 의원이 10억원을 SK 임직원 33명 명의로 영수증 처리하는 등 절차적으로 적법했지만 당시 SK 계열사들은 이미 법으로 정한 법인 후원금을 모두 낸 상태였기 때문에 이 돈은 불법 후원금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은 정당이나 정치인 등 대상에 관계없이 1년에 후원금을 2억5000만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측은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 10억원을 법인이 아닌 개인 후원금으로 위장해 이 의원에게 전달한 것.

특히 검찰은 이 의원이 이런 정황을 알고 SK측 관계자와 10억원 처리 문제를 상의하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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