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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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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최도술씨 의혹부터 규명”▼
한나라당이 재신임 정국 해법을 놓고 ‘숨고르기’에 나섰다. 노 대통령의 10일 기자회견 직후 “이른 시일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던 기류가 신중론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국정 혼란의 야당책임론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 의견이 다소 높게 나온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2일 오후 최병렬(崔秉烈) 대표 주재로 당 정치발전특위 회의를 갖고 재신임 카드의 ‘노림수’를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정치개혁안과 연계한 재신임 국민투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신 재신임 ‘어젠다’를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과 측근 비리 등 도덕성에 맞췄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도덕성을 놓고 진퇴를 가리는 신임투표라면 빨리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또 재신임 발언의 직접적 배경이 된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획기적인 정치자금 개혁방안을 제시, 청와대의 개혁공세에 맞불을 놓기로 했다.
▼민주 “국정혼란 책임 왜 떠넘기나”▼
민주당은 12일 섣불리 ‘재신임 카드’를 잡았다가는 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가해지는 국정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비판을 시정하지 않은 채 ‘재신임 가결’ 하나만으로 모든 비판을 잠재우려 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이날 “최 전 비서관의 10억원 수수를 사과하며 재신임을 묻겠다던 대통령이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장관 해임안 국회 통과와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 등을 거론하며 ‘정국구도가 잘못돼서 이런 상황이 왔다’는 식으로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려 한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비리의혹을 도덕성 문제로 물 타기 하고, 다시 국정혼란의 책임을 정치권에 돌려 정국구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재신임’ 문제에 신중히 접근키로 한 데는 재신임 발언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재신임하겠다’는 답변이 우세하고, 호남지역의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한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신당 “국민투표 하자” 입장 급선회▼
당초 “국민투표 방식 재신임은 안 된다”고 했던 통합신당 주비위원회측은 12일부터 ‘국민투표 불가피론’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김원기(金元基) 주비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 “상관없지 않느냐. 토 달고 망설이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신임 발언 이후 노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말해 국민투표의 방식과 시점 등에 관한 교감 여부가 주목된다.
신당의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에는 여론이 예상보다 대통령에 우호적이어서 국민투표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재신임 발언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이 불신임보다 높게 나왔다.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올인’한 대통령의 진심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특히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호남에서도 재신임 의견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SK비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정치자금에 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경우 범여권 신당 출범으로 ‘개혁-반개혁’ 구도를 구축하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위원장이 “13일 신당연대측과 공동 발기인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신당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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