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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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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년 집사’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문제를 공식 사과하면서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발표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이 최씨의 SK 비자금 수수의혹을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귀국한 직후 오후 8시부터 9시30분까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과 회의를 갖고 수석실별로 현안 브리핑을 받았으나 공식석상에서는 최씨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일부 참모들이 노 대통령을 따로 만나 현안들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씨 문제와 검찰수사 진행상황 등이 깊이 논의됐을 가능성은 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최씨에 대한 첩보사항과 신문기사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씨 사건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수사 결과가 어떻든 국민이 나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SK 비자금 말고 다른 것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설사 최씨의 수뢰가 개인적인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가 신변의 일까지 챙기는 ‘집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신도 결국 자유롭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나름대로 첩보 등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갔다”고 말해 최씨의 수뢰와 관련해 상당한 정황을 파악했음을 시사했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검찰이 발표한 SK비자금 10억원 수수가 상당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시각이다.
최씨 문제뿐만 아니라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금품수수 의혹 등도 사실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정권 출범 초부터 불거진 안희정(安熙正)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씨 등 핵심 측근의 비리의혹 사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권의 정당성의 기반이 도덕성’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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