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청소년 오락프로 김일성시계 美化 물의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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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KBS 2TV가 방송한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김일성에게 직접 받은 손목시계!’란 자막과 함께 손목시계가 클로즈업 되면서 빨간색 테두리로 ‘김일성’ 사인이 강조됐다. -KBS 2TV 촬영
4일 KBS 2TV가 방송한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김일성에게 직접 받은 손목시계!’란 자막과 함께 손목시계가 클로즈업 되면서 빨간색 테두리로 ‘김일성’ 사인이 강조됐다. -KBS 2TV 촬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KBS의 주말 간판 오락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이 4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인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클로즈업하며 “훈장과 같은 것”이라고 치켜세워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또 마술실력에 대한 공인방식으로 김 주석을 여러 차례 강조해 “북한을 미화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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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6시 방송된 KBS 2TV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은 ‘매직스쿨’ 코너에서 재일동포 마술사 야스다 유지의 마술을 방영하면서 ‘화려한 경력’ ‘1985년 김일성 앞에서도 공연’ ‘(평양에서) 공연한 후 특별한 시계를 선물 받았다’ ‘김일성에게서 직접 받은 손목시계’ 등의 자막을 잇달아 내보내면서 김 주석에게서 받았다는 롤렉스 손목시계를 부각시켰다. 이어 시계판의 가운데에 ‘김일성’이라고 새겨진 부분을 클로즈업한 뒤 다시 빨간 선으로 테두리를 하는 등 돋보이게 처리했다.

야스다씨가 “이거 하나 있으면 북한에선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자 패널로 출연했던 그룹 ‘쿨’ 멤버들이 환호했으며 이 중 1명이 시계를 빼앗아 스튜디오 외곽으로 도망치고 또 다른 멤버가 그를 따라나가는 소동을 벌였다.

또 진행을 맡았던 강수정 아나운서가 “이건 어떻게 보면 훈장과 같은 거네요”라고 말하는 순간 화면에는 ‘손목시계는 훈장과 같은 기념품’이란 자막이 나왔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박천일(朴天一) 교수는 “공영방송인 KBS가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 많이 보는 오락프로그램에까지 북한을 간접적으로 미화하는 내용을 내보낸 것은 부적절했다”며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 프로그램으로 인해 KBS의 편향성이 지적받는 상황에서 북한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마술사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오락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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