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식 의원 "내년 총선, 내각제 공약으로 내걸자"

  • 입력 2003년 9월 28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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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4선 중진인 신경식(辛卿植) 의원이 28일 공개적으로 ‘내각제 개헌 총선 공약론’을 제기하며 한동안 잠잠하던 내각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섰다.

신 의원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같은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잘못하면 대통령 한 사람의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국가 전체의 비극으로 간다”며 “당내에서 내각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음달 국정감사가 끝나면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7대 총선에서 내각제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내각제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여러 번 거치면서 국민들의 정치 수준이 높아져 (국민들은) 내각제에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또 “논의를 통해 현 대통령 임기 후 내각제를 하든지, 대통령제 하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혼용해 가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난맥상을 무조건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한 고위당직자도 최근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의 국정 혼선이 장기화될 경우 자연스럽게 ‘탈권(奪權)적’ 차원에서 내각제 논의가 공론화될 것으로 본다”며 내각제 공론화 가능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던 신 의원은 이회창(李會昌) 당시 후보의 핵심 측근. 그는 내각제론자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교분이 두터운 것은 물론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이 전 후보간의 ‘막후 채널’로도 알려져 있다. 신 의원이 이날 “순수한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지만 그의 발언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 의원의 발언에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의해 대통령 직선제를 성취했는데 민심을 져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고,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대선에 연이어 패배하자 ‘꼼수’로 권력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각제론자를 자처해온 최 대표는 최근 들어서는 “지금 내각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분당으로 촉발된 신(新)4당 체제에서 내각제론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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