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 장관 최대한 키워주겠다’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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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감싸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건의안 수용 여부를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나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김 장관을 최대한 키워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국회에서 이미 불신임당한 장관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런 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위가 어찌됐건 김 장관은 여야 대치 정국의 당사자다. 대통령이 당사자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쟁의 중심에 뛰어들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런 자세로는 정기국회의 순항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이미 노 대통령을 상대로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정감사에서 노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사건들을 파헤쳐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급한 경제 민생 관련 입법도 제때 처리되기는 어렵다. 과연 누구를 위한 ‘김 장관 구하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키워 주겠다”는 발언도 문제다. 말꼬리를 잡자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이 말은 결국 총선을 앞두고 김 장관의 몸값을 올려 주겠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같은 자리에서 “(김 장관이) 장관직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국민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줘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통령이 이러니까 김 장관이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흘리며 한나라당과 국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적절치 못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을 가리켜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고도 했다. 김 장관이 그만한 재목인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대통령이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보다 크게 보아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김 장관 감싸기’가 아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서 불안과 우려를 씻어주는 일이다. 파국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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