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행자 “한나라, 美눈치 보는 사대주의 정당”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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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과장급 이상 승진 인사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과장급 이상 승진 인사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4일 한나라당을 ‘사대주의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김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효선이 미선이 사건 때는 미 국무장관에게 한마디 항의도 못하던 국회의원들이 미 당국이 (한총련의 장갑차 점거사건에 대해) 한마디 하자 150명이 일제히 (나를) 공격하고 나섰다”며 “너무 사대주의 정당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총련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고 1500명이 구속됐으나 아직도 실체가 남아 있어 정부와 한나라당이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 뒤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또 CBS 인터뷰에서 “국회가 민의를 왜곡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남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주민소환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은 한나라당이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략적인 목적이 있고, 당내에서 제기된 대표와 원내총무의 리더십 문제 등을 해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국회의 건의는 건의일 뿐이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이 ‘당당하게 업무수행에 전념해 달라’며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 일정은 CBS 인터뷰로 시작해 SBS 인터뷰로 끝냈고 오후에는 재정분권 및 균형발전 관계장관회의, 시도기획관리실장회의에 참석했으며 저녁에는 해외 이북도민 고국방문단 환영 만찬까지 개최했다.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과 외견상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각료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한나라당에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행자부 간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행자부의 한 국장은 “앞으로 국회에서 행자부와 한나라당이 마주쳐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데 장관이 이대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행자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매년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행자부에 대해서는 재해대책 문제나 적당히 물어보고 넘어갔지만 올해는 집중적으로 행자부를 손보기로 실무진에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 주변에서는 “장관이 ‘자진사퇴 카드’는 거둔 것 같다. 하지만 내년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를 거친 뒤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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