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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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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취임 초 검찰을 향해 주문했던 이 말은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는 이처럼 검찰 조직의 정치적 중립과 내부 개혁을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키려고 시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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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 인사권과 감찰권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도 그런 연장선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권과 검찰의 바람직한 관계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검찰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 의견=법조계와 학계 등에서는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지만 대통령이나 권력기관이 직접 검찰을 통제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석연(李石淵·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변호사는 “검찰권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견제되고 통제돼야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통제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삼(金泳三)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수(金起秀) 변호사는 “대통령이 별 뜻 없이 한 얘기에도 검찰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라며 “권력은 검찰이 모든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권력과 검찰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검찰의 수사 독립성을 보장해 권력 비리까지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과거 정권처럼 검찰을 통제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의 인사권과 감찰권을 모두 가질 경우 검찰이 정권에 예속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절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韓常熙) 교수는 “법무부에서 감찰권을 행사할 경우 외부 인사가 꼭 참여하게 하고 부장검사 이하의 검찰 인사는 검찰에 인사권을 이양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배(金甲培·대한변협 법제이사) 변호사는 “예방적 감찰기능은 검찰에 두되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법무부가 감찰권을 갖는 것도 권력과 검찰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 조국(曺國) 교수는 “기소 편의주의와 독점주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에서 그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영국과 미국 등 외국에서는 징계위원회에 반드시 외부인사가 포함됨으로써 그 권한을 객관적으로 견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검찰도 법무부도 아닌 제3의 감찰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선진국들은 대부분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검찰권의 독립을 보호하는 제도나 관행을 갖추고 있다.
독립된 인사제도와 시민 등 외부인사의 검찰권 참여, 기소권 남용의 제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정부의 검찰 인사권과 감찰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함으로써 공정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법무부 장관이 연방검찰총장을 겸한다. 그러나 상원의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다. 법적으로 신분보장이 돼 있지 않아 언제든지 해임이 가능한 연방검사장과 연방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지만 연방검사장의 경우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감찰권의 경우 차관급에 해당하는 감찰관을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 검사들의 자존심은 인사의 독립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임명권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무상에게 있으나 인사권은 검찰총장이 가진다.
일본 검찰의 감찰권은 특히 엄격하다. 검찰관 적격심사회가 모든 검사에 대해 3년마다 정기 심사를 하며 직권이나 법무상의 청구에 의해 특정 검찰관에 대해 감찰한다. 검찰관 적격심사회는 국회의원 6인과 검찰관, 법무성 관리, 재판관, 변호사, 일본학사원 위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의결을 통해 파면 여부를 결정하며 법무상은 이를 검토해 파면한다.
영국은 검사에 대한 임명권을 검찰총장이 가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 감독의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관행상 검찰총장에 대해 간섭을 자제한다. 검찰총장도 법무부 장관을 배제한 채 자의로 검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전통을 중시하는 불문법계 국가답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는 불간섭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또 경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찰의 권한이 약한 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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