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대표 “盧대통령에 情 잃을수도”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31분


“그러다 보면 ‘정(情)’을 잃어버릴 수 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사진) 대표가 3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메마른 리더십’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정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대선 때 고생한 원외 지구당위원장들 청와대로 불러 식사하면서 격려해 주십시오’라고 2월부터 다섯 번 이상 얘기했지만 듣질 않더라”며 “철두철미하게 한다고 그러는지 몰라도 내 정서와는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대 대통령들은 추석 때 (여야 정치인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노 대통령이 판공비로 그런 선물 돌린다고 욕할 사람 없다”며 “나는 그런 ‘추석선물’을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노 대통령은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봉황문양이 새겨진 인삼이나 수삼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봉황문양이 새겨진 인삼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0만∼200만원을 국회 의원회관으로 보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항상 멸치를 보내왔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물이) 시시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에 간담회에 배석했던 이낙연(李洛淵) 대표비서실장이 “(DJ는) 김과 한과를 보냈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당내 신당 논의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에게 ‘비주류 중진과 만나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하시죠’라고 해도, 샤이(shy·수줍어하는)한 측면이 있어서 그런지 만나질 않는다”며 “노 대통령이 (자기) 말씀만 하지 말고 중진들 얘기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찾아가 듣는 대통령’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밤에 청와대에 권양숙 여사하고만 있지 말고 포장마차도 가고 강원룡 목사, 송월주 스님, 이만섭 전 국회의장 같은 원로들도 찾아가라’고 권유했지만, 청와대측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시장 바닥을 다니면서 국민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쇼’라고 해도 나쁠 게 없다”며 “젊은 대통령인 만큼 현장에서 생생한 얘기를 듣는 게 얼마나 보기 좋으냐”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배석했던 이낙연(李洛淵) 대표비서실장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내 맥줏집 가서 대화를 나눠 (국민적)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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