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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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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배우 겸 가수 김혜영(金惠英·29)씨는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북한 응원단의 통일된 구호와 박수, 똑같은 행동이나 환한 미소 역시 어릴 적부터 받은 이념 교육 때문이며, 화려한 응원 역시 그들의 이념을 드러내는 표현양식이라는 것.
“북한에서는 비 오는 날이면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 초상화를 큰 천으로 가립니다.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비에 젖는다며 수거해 간 것도 그런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됩니다.”
그는 남한 사람들 눈에 북한 응원단의 행동이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사람들은 고지식하고 단순한 ‘외골수’ 스타일이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는 점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이질화된 체질과 생활습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남과 북이 이념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단계적으로 다양한 접촉을 다발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1998년 1월 부모, 두 여동생과 함께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해 중국 선양(瀋陽) 등지에서 숨어 살다 그해 8월 13일 남한 땅을 밟았다.
그는 북한에서 대학(1995년 평양 연극영화대학 연극배우과 졸업)을 다녔지만, 2001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3학년에 편입해 올해 8월 20일 졸업했다. 남북한간에는 대학 문화 역시 차이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
“대학에 막 편입했을 당시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왜 수강신청을 하지 않느냐는 거였죠. 내가 들을 과목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북한은 수강 과목을 국가에서 지정해 주고 교재도 나눠 주죠. 아침 7시에 강의를 시작해 오후 5시 자습시간이 끝날 때까지 같은 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그는 북한에서 영화 2편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남한에 정착한 뒤에도 자신의 재능을 버릴 수 없어 1999년 SBS TV 드라마 ‘덕이’를 비롯해 악극 ‘아리랑’, KBS TV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 앨범 ‘첫사랑 오빠’를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하기도 한 그는 9월 2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연기자로서는 물론 가수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첫 앨범 타이틀곡인 ‘첫사랑 오빠’는 북한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제가 직접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일본에서 제 노래에 관심이 많아 조만간 일본어 앨범도 내고 활동할 계획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 발음을 고치기 위해 볼펜을 입에 물고 신문을 또박또박 읽는 연습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씨.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하자, 강단에서 남과 북의 문화를 비교해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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