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분석]국방-복지예산 중점 증액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38분


기획예산처가 29일 밝힌 ‘2004년 예산안 편성방향’의 핵심 키워드는 ‘긴축’과 ‘균형’이다.

내년에 세금수입과 세외(稅外)수입 등 세입(歲入)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산지출을 이 범위 안에서 묶어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재정상태가 극히 나빠진 점을 감안하면 ‘건전 재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경기가 내년에는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에는 경상 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굳이 적자 재정을 편성하면서까지 경기진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출을 줄여 균형예산으로=정부는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추가경정예산 포함) 대비 2.1%로 잡았다. 만약 내년에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증가율은 정부통계가 남아있는 1982년 이후 가장 낮다.

그러나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도 있다.

최근 10여년간 추경을 짜지 않고 넘어간 적은 한 해도 없었다. 올해 예산도 처음 편성될 때는 증가율 1.7%의 ‘초긴축 예산’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올 7월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 결과적으로 5.0%의 예산 증가율을 보였다.

내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거나 태풍 등 예기치 않은 재해가 발생하면 다시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실제 예산 증가율이 얼마가 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디에 주로 쓰이나=내년 국방비는 올해보다 1조4000억원(8%) 늘어난다. 이는 내년 예산 총증가액 2조4000억원의 절반을 다소 넘는 규모다.

증가액이나 증가율로만 보면 만만찮다. 하지만 국방부가 4조원 이상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강조한 뒤 예상된 것보다는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복지 예산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저소득층 서민층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며 “증가율로 보면 복지 예산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년 세입 여건은 상당히 어렵다.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 104조3000억원보다 7조2000억원(6.9%) 증가한 111조5000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또 공기업의 정부지분 매각 등으로 들어올 세외수입은 올해보다 4조8000억원 감소한 6조원에 그쳐 전체 세입은 11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산처는 보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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