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38분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 초청 오찬간담회 중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서울의 모 구의회 의장(왼쪽)이 고개를 젖힌 채 졸고 있다. -박경모기자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 초청 오찬간담회 중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서울의 모 구의회 의장(왼쪽)이 고개를 젖힌 채 졸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전국 시군구 의회 의장단 230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고 “분권(分權)은 민주주의의 출발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에 국정개혁과제의 1순위로 강력히 추진하려 한다”며 지방분권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간담회 말미에 노 대통령은 최근의 지지도 하락을 염두에 둔 듯 “내가 칭찬을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니고, 나라는 제대로 가도록 하겠다”면서 “나는 소신 하나로 왔다. 정치 10단, 정치 9단이라는 사람들에게도 꺾이지 않고 대통령까지 왔다. 그렇게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나에 대해) 불안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냉정하게 근거를 갖고 평가해 달라”면서 “예를 들어 외교를 제대로 했느냐고 하는데, 6개월 동안 공격받은 것 치고는 별로 탈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는 영어도 못하고 미국도 처음 갔다. 그렇지만 미국 가서 잘못된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야합의 관계였는데, 그걸 고치자는 것일 뿐이다. 언론을 탄압할 힘도 없고 의지도 없지만 언론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감정적으로 (언론과) 싸우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면 최고의 권력을 가진 사람인데 누구와 싸우겠느냐”면서 “5년 뒤에는 취재관행이 선진국 수준이 돼서 공무원들이 (언론에)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존심 상하는 노력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최근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및 홍보수석실 소속 비서관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내가 언론문제만 나오면 열 받아서 그랬는데, (언론문제를 맡고 있는) 여러분께 미안하다. 앞으로 잘 참겠다”며 대(對)언론관계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도권 공장증설 제한 등의 규제 완화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지방에 도움이 안 되는 규제 때문에 수도권까지 골병들지 않도록 그러한 규제는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이 ‘지방의원 유급화’를 건의한 데 대해선 “내년 예산이 굉장히 빡빡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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