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北 核보유 선언” 외신보도 소동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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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1시9분(한국시간 29일 오전 2시9분)에 AP통신이 워싱턴발로 긴급 타전한 ‘북한 핵무기 보유 및 핵실험 공식선언’ 소식은 또 한번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뻔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이날 오전 폐막하는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의 결과는 보나 마나 결렬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어 AFP통신이 미국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북한 대표가 6자회담 공식석상에서 그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했고, CNN과 독일의 DPA도 같은 내용의 뉴스를 전했다. LA 타임스는 2곳의 미 정부기관 관계자가 이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미국측 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2시간이나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4월 베이징 3자회담 당시 AFP통신이 북한의 이근 수석대표가 켈리 대표에게 “우리는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일대 파란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부 외신들은 북한 대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3자회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심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외신들의 보도는 북한 대표의 발언에서 으레 등장하는 몇 가지 전제를 무시한 것들이었다. 예컨대 “미국이 대북한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등의 전제가 생략된 보도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단독 취재를 통해 북한이 북-미 비공식 접촉에서 “핵 능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회담 폐회 직후 공개한 북한 대표 기조발언문의 요지는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의 총체적 목표’라는 것이었다.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1시45분. 외신 보도가 쏟아져 나온 직후 이뤄진 국무부 정례 브리핑의 핵심 주제는 역시 북한 대표 발언의 진위였다.

필립 리커 국무부 부대변인은 “그런 보도를 봤는데 보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켈리 차관보는 일찍 회담장을 떠나지 않았으며 회담이 끝난 뒤 러시아 대표들과 양자회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10분경 텍사스주 크로퍼드에서 휴가 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던 클레어 뷰캔 백악관 부대변인은 “북한은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시키는 선동적인 발언을 자주 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말로 이날의 상황을 모두 정리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의 상황에 대해 “이번 회담의 실패를 바라는 미 행정부 내 강경파가 북한 대표의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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