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일각 “대통령 유감표명 납득못해”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38분


한나라당이 19일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고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안 제출 등을 논의하던 중 홍사덕 원내총무(가운데)가 참석자의 발언을 막으며 장내를 정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이 19일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고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안 제출 등을 논의하던 중 홍사덕 원내총무(가운데)가 참석자의 발언을 막으며 장내를 정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9일 ‘인공기 소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 ‘비판적 신중론’이 제기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강력한 비판을 퍼부었다.

민주당의 주류측 의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성공적 개최 및 베이징(北京) 6자회담 등을 겨냥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번 유감 표명이 보혁(保革) 갈등의 소재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인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잘 알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외교적 수사’로 이해할 것이며 따라서 이번 발언이 한미관계 등 다른 외교적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불러일으킬 염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386세대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베이징 6자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인공기를 태운 것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야당 대표가 8·15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민간단체 행사에 참석한 것이 북한에 자극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직접 유감 표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명헌(崔明憲) 의원은 “실향민들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고, 김성순(金聖順) 의원은 “해당 단체의 책임자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이 그런 부분까지 유감을 표명할 필요가 있느냐. 그나마 성조기 소각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의 북한 참여를 성사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저자세’였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책임은 동맹국의 국기가 백주에 불타고 불법폭력 시위대가 미군 장갑차를 점령하는 등의 극심한 이념갈등을 묵인 방치한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국내 이념갈등에 대해선 별반 대책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은 노 대통령이 북한의 사과 요구에 쫓기듯 유감표명과 재발방지를 지시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맹관계인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있느냐는 비판도 거셌다.

당내 보수 성향의 안보 의원 모임(회장 김용갑·金容甲)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오만불손한 책략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대통령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빈발했던 반미시위에 한 번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옹호해왔던 노무현 정권에 적이 누구이고, 동맹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불참을 선언하자 이에 대한 화답으로 비치고 있다”며 “자칫 북한의 미군 철수 주장에 동조하는 감을 주고 있다”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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