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신문-野의원 상대 고소 대통령 이성 되찾아야”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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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총공세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13일 자신의 친인척 부동산조성 의혹을 제기한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동아 조선 중앙 한국 4개 신문사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이 발단이 됐다.

노 대통령이 ‘소송’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직접 야당과 비판언론에 대한 공세에 나선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에 이어 ‘노무현 정권 불법선거자금 및 야당 언론탄압 대책회의’에서 ‘퇴진운동’을 포함한 과격한 표현이 쏟아진 것이 단적인 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대책회의에서 “60년대 중반부터 야당 투쟁을 봐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제 (우리도) 그 길로 가야겠다”며 “노 대통령이 권노갑(權魯甲) 비자금 및 굿모닝시티 사건, 가족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퇴진운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은 70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도 헌법 위반과 부정선거 때문에 국민에 의해 퇴진당했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에 어떤 이바지도 하지 않은 노 대통령이 언론탄압과 헌법 유린에 나섰고 실정(失政)이 국민이 이해하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며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홍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며 △대통령 주변 비리의혹 국정조사 관철 △한총련 사태와 관련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 ‘권노갑 게이트’의 용처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특검제 도입 등의 추진 방침을 밝혔다.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과 민주당을 성토하는 다른 의원들의 발언도 잇따랐다. 노 대통령의 소송 당사자인 김문수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의 병풍(兵風)사건 등을 거론하며 “불법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부정 사기를 저지른 대통령과 대통령 되게 만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은 ‘권노갑 게이트’와 관련해 “16대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의 386후보들은 권씨에게서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즉각 공개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장광근(張光根) 의원은 “국민의 대변자인 언론에 이어 여당에 비판적이라고 야당 의원을 고소한 것은 대통령이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성을 찾아야 임기 5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석준(金錫俊)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노무현 정권을 ‘실용주의를 배척하는 운동정권’으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과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높은 차원의 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현 권력층은 편가르기, 언론과의 전쟁, 영남지역에 대한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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