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씨측 “110억 빌려 黨에 줬다” 黨선 31억만 차입금 신고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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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측이 13일 “2000년 총선을 앞두고 110억원을 외부에서 ‘꿔와’ 당에 입금시켰다”고 밝혔으나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민주당의 당시 회계자료에는 ‘차입금’이 31억원만 기재돼 있어 의문을 낳고 있다.

본보가 14일 입수한 민주당의 2000년 1월 1일∼5월 3일의 수입지출 신고명세서에 따르면 중앙당 차입금은 아예 없었으며 △부산 8000만원 △대구 9800만원 △울산 120만원 △전남 3000만원 △경북 1000만원 △경남 130만원 등 6개 시도지부에 22억50만원의 차입금이 기재돼 있다. 여기에 전국 지구당별 차입금을 합친 금액이 29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에 따라 권씨측이 밝힌 ‘차입금’은 다른 명목으로 회계처리를 했거나 일부는 빠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00년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모두 합법적인 과정에 따라 입금됐고 지구당 지원금으로 사용한 뒤 선관위에도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회계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당 회계의 특성상 차입해온 돈을 곧이곧대로 차입금으로만 기재하지 않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권씨나 당시 김 총장 등 당직자가 마련한 당비 형식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고 후원금 명목으로 기장했을 수도 있으나 누락만 하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예 수입에서 누락시켰을 경우에도 공소시효(3년)가 지났으므로 처벌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검찰이 110억원의 ‘차입금’ 조달 경위를 조사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민주당측이 ‘당당한 차입금’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구체적인 회계처리 내용을 소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한편 권씨의 변호인인 이석형(李錫炯) 변호사는 이날 권씨가 차입하거나 후원금 납부를 중개한 것으로 밝힌 ‘조성자금 145억원’은 검찰이 밝힌 ‘현대 비자금 200억원’과는 완전히 별개의 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현대 비자금 200억원 중 일부가 ‘차입금’ 110억원이나 후원금으로 납부토록 중개한 35억원에 포함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해 145억원에는 현대 비자금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씨측은 현대 비자금 수수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또 110억원의 돈을 빌려준 사람에 대해서는 “기업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고…”라며 말을 흐렸다. 당초 권씨측은 110억원을 빌려준 전주(錢主)에 대해 “기업은 아니고 개인”이라고 설명해 왔으나 이 변호사의 이날 언급은 기업에서 이 돈을 개인적으로 빌려줬을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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