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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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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해 1월 선거법 위반으로 15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한보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살다 3년 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이 각각 특별사면 및 복권, 복권됨으로써 내년 총선에 출마할 길이 열렸다. 지난 정권에서 비리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에 기대어 정치 생명을 연장한다면 그 자체가 법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2000년 4·13총선 당시 낙천 낙선운동 관련자 등 선거사범 170명도 무더기로 복권됐다. 하지만 낙천 낙선운동 관련자들 중에는 아직도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각종 징계를 받았던 공무원을 무더기로 사면하고 인사기록카드의 징계기록까지 말소키로 한 것도 지나치다. 대다수 깨끗한 공무원들에 대한 형평성이 우려되고 징계 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내년 총선에서 공무원의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원려(遠慮)’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사면권’을 규정한 현행 사면법은 1948년 8월 원안 그대로 제헌국회를 통과했고, 자구 하나 수정되지 않은 채 55년간 존속해왔다. 사법부와 학계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우려해 사면 불가 대상 범죄의 법제화,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사면위 신설,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복역하지 않았거나 벌금 등을 내지 않은 자의 사면제한 등을 골자로 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자신들도 현행 사면법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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