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착수에 곤혹]“헌금 불똥” 속타는 한나라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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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전국구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하자 한나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사건은 대구 지역의 사업가 손모씨가 “전국구 공천 대가로 2억원을 제공했는데 되돌려받지 못했다”며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측근인 김모씨를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 그러나 검찰 수사가 어디로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검찰이 문제가 된 돈의 흐름에 대해 계좌 추적에 나서면서 수사의 초점이 2000년 총선 당시 공천 헌금 문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날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주재한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대응을 자제하면서 사건의 불길을 잠재우겠다는 뜻이 역력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11일 “개인 대 개인의 고소사건으로 당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고소인 손씨가 표적으로 삼은 윤 의원도 “손씨와 소개인 김씨 사이의 채권 채무관계일 뿐이다”고 사건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내심 이번 사건이 이 전 총재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관련성 여부가 쟁점화될 경우 여권의 역공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소인 손씨가 이 전 총재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을 밝힌 데다 손씨가 검찰에 이 전 총재와 대화한 녹취록을 제출했다고 말해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당장 민주당은 “이 전 총재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 사건은 이 전 총재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고소인 손씨의 대응도 앞으로 검찰 수사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김씨는 주식투자 명목으로 손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문제가 된 돈을 빌렸다고 했으나 손씨는 1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전달한 돈은 2억원이 아니라 5억원 정도 되며 김씨에게 전달한 돈은 주식투자와는 무관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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