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대구 지역의 사업가 손모씨가 “전국구 공천 대가로 2억원을 제공했는데 되돌려받지 못했다”며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측근인 김모씨를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 그러나 검찰 수사가 어디로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검찰이 문제가 된 돈의 흐름에 대해 계좌 추적에 나서면서 수사의 초점이 2000년 총선 당시 공천 헌금 문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날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주재한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대응을 자제하면서 사건의 불길을 잠재우겠다는 뜻이 역력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11일 “개인 대 개인의 고소사건으로 당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고소인 손씨가 표적으로 삼은 윤 의원도 “손씨와 소개인 김씨 사이의 채권 채무관계일 뿐이다”고 사건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내심 이번 사건이 이 전 총재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관련성 여부가 쟁점화될 경우 여권의 역공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소인 손씨가 이 전 총재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을 밝힌 데다 손씨가 검찰에 이 전 총재와 대화한 녹취록을 제출했다고 말해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당장 민주당은 “이 전 총재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 사건은 이 전 총재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고소인 손씨의 대응도 앞으로 검찰 수사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김씨는 주식투자 명목으로 손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문제가 된 돈을 빌렸다고 했으나 손씨는 1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전달한 돈은 2억원이 아니라 5억원 정도 되며 김씨에게 전달한 돈은 주식투자와는 무관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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